그곳에 가면) 쯩 자매 순국지

2021. 5. 16. 09:26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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쯩짝과 쯩니 자매를 기리는 사당은 베트남에 세 곳이 있다. 그중 선떠이성 핫몬의 사당이 가장 크고 오래됐다. 핫몬 사당으로 가기 위해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농로로 벗어나 또 한참을 이동했다.

 

하이바쯩 사당 이정표와 핫몬의 골목길
하이바쯩 사당 이정표와 핫몬의 골목길

초행인 운전기사가 자신감을 잃을 무렵 하이바쯩(Hai Bà Trưng) 사당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였다. ‘하이는 둘, ‘는 아주머니라는 뜻이다. 이제 다 왔나 싶었지만, 길은 동네로 이어져 마주 오는 차가 있을지 걱정되는 좁은 골목으로 꽤 들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아름다운 사당이 나타났다.

 

하이바쯩 사당 본관과 연못 위 정자
하이바쯩 사당 본관과 연못 위 정자

하이바쯩 사당은 넓고 잘 정리돼 있었다. 새로 지어진 대리석 시설들이 베트남 정부가 사당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사당의 본관은 고색창연함을 잃지 않았다. 핫몬 사당은 10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지금 남아있는 고건물들은 19세기에 다시 세워진 것이다.

 

신관 할아버지가 보여준 제향 의식
신관 할아버지가 보여준 제향 의식

사당 본관으로 들어가자 동네 친구들과 TV를 보고 있던 신관(神官) 할아버지가 낯선 외국인의 출현에 잠시 놀라더니 이내 근엄함을 되찾고 제향 의식을 보여주었다.

 

도시에서 너무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사당이 한적했다. 다만 매년 음력 3월 쯩 자매 기일이 되면 여성들의 행진과 대규모 제사가 이곳에서 거행된다고 한다.

 

쯩 자매는 홍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순국지에 세워진 그녀들의 사당은 들판 한가운데에 있다. 2천 년의 세월이 강의 흐름을 바꿔 이제는 수 km 밖으로 홍강을 옮겨놓은 것이다.

 

쯩 자매 순국지에 홀로 서 있는 나무
쯩 자매 순국지에 홀로 선 나무

사당 밖 들판에 홀로 서 있는 나무는 먹구름처럼 밀려오는 적의 대군과 일렁이는 강물 사이에 서 있던 쯩 자매가 얼마나 슬프고 막막했을지 그때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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