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6. 12:15ㆍ카테고리 없음
베트남 주력함대를 격파한 오마르는 당당하게 홍강을 거슬러 올라가 반끼엡에서 토곤의 육군과 합류했다. 그리고 수송선단이 군량을 실어오기를 기다렸다.
여기서 하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는 오마르가 왜 수송선들을 무방비로 방치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베트남 수군을 와해시켰다 해도, 전함들을 북으로 돌려 수송선단과 함께 내려와야 하는 것은 일반인도 상식으로 생각할 일이다.
아마도 빨리 자신과 합류하라는 토곤의 명령을 오마르가 거역하지 못했거나, 수송선단 지휘관이 중국 해적 출신인 장문호였다는 점에서 오마르와 뿌리 깊은 반목이 있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다.
장문호의 몽골 수송선단은 전투함대가 항로를 깨끗이 정리해놓았으리라 믿고 중국해를 유유히 남하했다. 70척의 대형 범선 안에는 몽골 원정군 10만 명이 아껴 먹으면 일 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쌀 7만 석과 말 먹이인 건초가 산더미처럼 실려 있었다.
그 사이 쩐카인즈는 흩어졌던 군함들을 모으고 다른 지역 수군들까지 총동원해 일살필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는 배들을 오늘날 관광명소가 된 하롱베이의 수많은 섬들 뒤에 숨겨 놓았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의 몽골 수송선단을 번돈 섬 인근에서 급습했다.
몽골은 송나라 수군을 넘겨받아 전쟁에 동원했고, 따라서 수군의 장비와 편제도 송나라와 거의 같았다.
당시 중국의 전함은 돛뿐만 아니라 선원들이 발로 밟아 돌리는 수차를 양 옆에 장착했다. 따라서 육중한 선체에도 불구하고 빠른 항속과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함들이 그랬다는 것이고, 오로지 돛에만 의존하는 수송선들은 물에 뜬 거대한 창고와 같았다.
베트남의 소형 군선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자 몽골 수송선들은 제대로 피해보지도 못한 채 차례로 침몰해갔다. 장문호를 비롯한 몽골군 지휘관들은 작은 배로 옮겨타 재빨리 북으로 달아났고, 전장에 남겨진 수십 척의 배들은 불에 타오르며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그 안에 실려 있던 엄청난 양의 쌀과 건초들도 연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로써 베트남의 청야전술을 극복하려던 몽골의 기본전략은 개전 초 단 한 번의 전투로 물거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