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반랑의 수도 퐁쩌우

2021. 5. 9. 10:47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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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랑 왕국이 도읍으로 정한 퐁쩌우는 오늘날의 푸토성 비엣찌시로 추정된다. 이곳의 응이아린산에 세워진 사당에서는 매년 음력 310일 열여덟 명 흥왕에 대한 제사가 봉행된다. 베트남 정부도 이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국가 주석 등 고위인사들과 전국 54개 민족대표들이 함께 행사에 참여한다.

 

베트남 응이아린 산 입구
응이아린 산 입구

응이아린은 높이 175m의 나지막한 산이다. 산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에 흥왕 사당이 있음을 알리는 콘크리트 문이 서 있다. 붉은 칠을 한 문에는 高山景行(높은 산과 큰 길)’ 즉 세상에서 널리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중국 시경에 나오는 말이다. 이곳에서 사당까지는 굽이굽이 계단이 이어진다.

 

흥왕 사당 정문과 하 사당
흥왕 사당 정문과 하(下) 사당

산길을 한참 오르면 고풍스러운 사당 정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흥왕 사당은 베트남이 명나라의 침략을 물리치고 역사상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15세기에 지어졌다. 당시의 건물들은 이후 몇 번의 중건이 이루어졌겠지만 아직도 옛 멋을 잃지 않고 있다.

 

흥왕 사당의 쭝 사당과 투옹 사당
쭝(中) 사당과 투옹(上) 사당

흥왕 사당은 하() 사당과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쭝() 사당, 그리고 산 정상의 투옹() 사당 세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지상과 중간계 그리고 천상을 각각 상징하는 것으로, 흥왕이 우주를 관할하는 신의 지위에 있다는 뜻이다. 투옹() 사당에는 南越肇祖(남월조조)’ 베트남의 시조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흥왕 투옹사당에 서면 사방이 모두 내려다 보여 응이아린산이 이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곳임을 알 수 있다. 주변에는 낮은 야산들이 물결치듯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전쟁이 잦았던 고대에는 방어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지형이다.

 

응이아린 산자락은 비엣찌시 외곽과 이어진다. 비엣찌시는 푸토성 성도로 인구 26만 명의 지역경제 중심지이지만 흥왕 사당을 빗겨 지나가는 흥 거리는 한적하기만 하다. 이곳에 반랑의 수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눈을 감고 상상으로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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