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속력이 유별났던 쩐(陳)왕조
쩐왕조는 이전 베트남 왕조들에 비해 왕족의 결속력이 유난히 강한 특징이 있었다. 왕은 물론 태위와 군 지휘관들, 지방의 주요 성주들까지 왕족이 독차지하는 이른바 ‘종실독점 지배 체제’를 형성했다. 이는 험한 바다 위에서 생사를 같이 해온 쩐씨 집안의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받았고, 베트남의 정치체제가 지방분권에서 중앙집권으로 변해가는 과도기적 형태이기도 했다. 그것이 정의로운가를 별론으로 한다면, 종실독재는 국가 자원의 관리와 동원에 매우 효율적인 체제였다. 쩐씨 가문의 실력자들은 지방의 대토지를 하사받고 독립적인 군대도 보유했다. 그들이 중앙에 도전할 경우 자칫 통치체제가 균열될 수도 있었지만, 왕과 권력자들 사이에 한집안이라는 강한 유대감이 유지됐다. 권력자들의 대토지 소유는 유랑하던 농민들을 정착시키..
202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