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리(李)왕조
낮이 지나면 밤이 찾아오는 법이다. 신종 이후 베트남 리왕조의 왕들이 향락에 빠져 국사를 멀리하면서 나라의 기강이 점차 무너져갔다. 관료들은 부패하고 지방 호족 세력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수탈에 지친 백성들이 농토를 버리고 유랑하다 도적떼가 되었고 이런 혼란을 이용해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고종 때 남부 응에안 성의 한 관리가 반란을 일으키자 수도권인 흥옌 출신 호족 팜빈지에게 진압을 명령했다. 팜빈지는 자기 고향 주변에서 군사들을 모아 출격해 반란을 평정한 뒤 가담자들의 재기를 막기 위해 모든 재산을 몰수해 불태웠다. 간신히 몸을 피한 관리는 뇌물로 조정 대신들을 매수해 팜빈지가 권력을 남용하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모함했다. 팜빈지의 득세를 우려하던 권신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에 귀를 기울였고 ..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