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3)
-
긴장된 평화
매번 어깨가 축 처진 패잔병들을 데리고 돌아왔던 람선에 레러이는 이제 개선장군처럼 귀환했다. 레러이가 명나라와 싸워 비겼다는 소식에 용기를 얻은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레러이는 그들을 여러 곳에 나누어 비밀리에 훈련시키는 한편, 꼼꼼한 응오뚜(Ngô Từ)를 시켜 군량미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휴전 중에도 양측의 탐색과 심리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레러이는 청항서(請降書)를 써서 명에 보냈다. 청항서에서 레러이는 자신이 군사를 일으킨 것은 지현(知縣)과의 불화 때문이지 명에게 반항할 뜻은 없었다면서 관대한 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명은 이를 받아들여 레러이에게 여러 차례 어염과 곡물 농기구를 하사하며 타잉화를 다스리는 관리로 임명하겠다고 회유했다. 레러이는 감읍한 표정을 지으면서 명 관리들을..
2021.07.21 -
대명 1차 봉기 1) 작은 출발
독립투쟁에 가담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자 레러이는 람선에서 멀지 않은 룽냐이(Lũng Nhai) 산에 지휘부를 마련했다. 평야와 서부 산악지대가 만나고 남쪽으로 추 강이 흘러 유사시 기동에 유리한 곳이었다. 룽냐이 산이 지금의 어디인지에 대해 베트남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가장 유력한 장소 중 하나가 람선에서 서쪽으로 약 5km 떨어진 응옥풍 마을이라는 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한다. 레러이의 독립투쟁 기록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명이 현재의 지명과 달라 전쟁의 진행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거병 2년 전 레러이는 동지 18명과 함께 룽냐이 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함께 살고 함께 죽으며 조국과 백성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노라” 맹세했다. 그리고 말을 잡아 피를 나누어 마시며 영원히 맹세..
2021.07.17 -
여성 지도자 쯩짝의 반란
베트남은 중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기후와 풍습이 낯설어 관리들이 오기를 꺼렸다. 따라서 파견되는 관리들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권세가에게 뇌물을 줘 자리를 얻고는 백성들을 착취해 그 몇 배로 주머니가 채워지면 다시 근무지를 바꿔 달라고 청탁했다. 중국인들이 주로 빼앗아간 물품은 금, 은, 동, 진주, 루비, 상아, 코뿔소 뿔, 거북이 등껍질, 생강, 계피 등이었다. 이런 특산물을 생산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채취한 물건을 식량과 교환해야 살 수 있는데 중국인 관리가 세금을 명목으로 모두 가져가 아사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관리들의 악정과 착취는 반감을 불러일으켜 마침내 한나라의 지배에 대한 반란으로 폭발했다. 쯩짝(微側)은 하노이 서북쪽에 있는 메링현 락장의 딸이었다. 쯩짝과 여동생 쯩니 공..
202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