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보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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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丁) 왕조, 의문의 종말
그러나 공고해만 보이던 딘 왕조는 내부의 균열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딘보린의 장남 딘리엔은 통일전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유능한 군사 지도자로 누구나 그가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딘보린이 갑자기 막내아들 딘항랑을 태자로 책봉했다. 이때 항랑의 나이는 아무리 많아도 다섯 살이 채 안 되었다. 이제는 노인이 된 딘보린이 불손한 장남에 대한 불만과 늦동이에 대한 지나친 사랑 때문에 판단이 흐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장차 자신의 미래마저 걱정하게 된 딘리엔은 분노했다. 이때부터 딘 왕실에는 이해하기 힘든 비극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베트남 사서들은 979년 딘리엔이 부하들을 보내 태자 딘항랑을 암살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딘보린이 장남의 반역을 처벌하거나 딘리엔이 권력..
2021.05.23 -
최초의 황제 딘보린
혼란을 수습한 것은 딘보린(丁部領)이었다. 딘보린의 유년 시절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응오 왕조의 공신으로 당시 남부 국경이었던 응에안 주 차사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후실이었고, 그나마 어릴 때 아버지가 죽어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 가 살아야 했다. 만만치 않은 지방 호족의 딸이었다고는 하지만 유력자에게 후실로 보내졌다 돌아온 어머니가 아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는 없었다. 딘보린이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낼수록 외가 친척들의 견제가 거세졌는데,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를 모두 극복하고 가문의 수장 지위를 쟁취했다. 딘보린은 시골 유력자의 지위에 만족하지 않았다. 통솔력과 재력을 갖춘 그가 군사들을 모으자 중앙정부의 눈에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응오 왕조의 마지막 왕인 응오쓰엉반이 딘보린을 정벌하..
2021.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