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왕으로는 부족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철옹성 같던 쩐 왕조의 통치체제도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이완되어갔다. 오랜 평화 속에 쩐 왕조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제5대 명종(明宗) 치세 말기부터 이미 망국의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명종 자신은 백성의 질고를 근심하며 제왕의 도를 지키기 위해 일평생 노력한 왕이었다. 그는 기근이 발생하면 즉시 곳간을 열어 빈민을 구제하고 세금을 감면했다. 강이 범람하자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강가에 나가 제방 보강을 지휘하기도 했다. 국경의 안정에 힘을 기울이고 외적이 쳐들어오면 군사를 이끌고 나가 맞서 싸웠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사가들은 명종에게 국가를 이끌어 나갈 장기 비전과 역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박하게 평가한다. 겉으로는 번영하는 듯 보였던 왕조가 밑에서 썩어가는 것을 그는 깨닫..
202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