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고원에 태양이 뜨다
몽골인들은 스스로를 ‘푸른 늑대의 후예’라 불렀다. 별이 쏟아지는 지평선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과 긴 울음소리가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의미가 아니라, 언제나 생존의 한계를 넘나들어야했던 거친 운명의 함축이었다. 그들은 척박한 광야에서 늑대의 무리처럼 크고 작은 수십 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유목과 약탈과 전쟁에 의지하며 살았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빼앗는다는 게 그들의 법이었고, 분열과 갈등과 살육은 영원히 반복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혼돈의 땅에 어느 날 새로운 사고와 신념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 그들을 지금껏 가보지 못한 길로 이끌었다. 테무진은 몽골고원 북쪽 오논 강가에서 부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적에게 독살당하자 동족들은 그의 가족을 버리고 모두 떠났다. 어머니와 어린 형제들만 ..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