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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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을 부른 비겁자들
태상황 예종은 전사한 왕의 둘째 아들 쩐히엔을 새 왕으로 즉위시켰다. 쩐히엔 역시 유약한 인물이어서 나라의 권력이 점점 신하들에게 넘어갔다. 쩐히엔은 비자야 전투에서 도망쳐 백의종군하고 있던 도뜨빈을 다시 중용해 군대의 모든 지휘권을 맡겼다. 그리고 참파의 침략에 대비한다며 조상들의 무덤을 파 부장품을 비밀 장소로 옮겼다. 이런 용렬한 지도부가 외적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포 비나수르가 1377년과 1378년 연거푸 탕롱을 공격했을 때 베트남군은 달아나기에 바빴다. 베트남의 수도가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세 번이나 참파군에 점령되는 치욕을 당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포 비나수르가 베트남 공격의 목적을 약탈에서 정복으로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잇따른 원정의 승리로 참파의 영토는 계속 북쪽으로 넓어졌..
2021.07.10 -
몽골의 3차 베트남 침략 (3) 불길 속에 사라진 수송선단
베트남 주력함대를 격파한 오마르는 당당하게 홍강을 거슬러 올라가 반끼엡에서 토곤의 육군과 합류했다. 그리고 수송선단이 군량을 실어오기를 기다렸다. 여기서 하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는 오마르가 왜 수송선들을 무방비로 방치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베트남 수군을 와해시켰다 해도, 전함들을 북으로 돌려 수송선단과 함께 내려와야 하는 것은 일반인도 상식으로 생각할 일이다. 아마도 빨리 자신과 합류하라는 토곤의 명령을 오마르가 거역하지 못했거나, 수송선단 지휘관이 중국 해적 출신인 장문호였다는 점에서 오마르와 뿌리 깊은 반목이 있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다. 장문호의 몽골 수송선단은 전투함대가 항로를 깨끗이 정리해놓았으리라 믿고 중국해를 유유히 남하했다. 70척의 대형 범선 안에는 몽골..
2021.06.26 -
몽골의 3차 베트남 침략 (2) 유능하고 부패한 장수
풍전등화 같던 베트남의 전황은 이번에는 해전에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대단히 독특한 장군 한 명을 만나게 된다. 쩐카인즈(陳慶余)는 베트남 동쪽 변방인 년후에에서 하급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보잘것없던 지위의 그는 1차 대몽항전 때 북부전선의 몽골군 추격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성종의 눈에 들어 왕족으로 입양됐다. 고위장교 후보가 된 것이다. 쩐카인즈는 이어 산악부족들의 반란을 성공적으로 진압하며 군내 서열을 높여갔다. 군 지휘관으로서 쩐카인즈는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쩐카인즈는 탐욕스럽고 온갖 비행을 서슴지 않는 부도덕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여색까지 밝혔는데 그만 최고 권력자 중 한 사람인 쩐꾸옥뚜언의 며느리와 불륜을 저질렀다. 엄한 도덕론자였던 쩐꾸옥뚜언은 인간 ..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