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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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丁) 왕조, 의문의 종말
그러나 공고해만 보이던 딘 왕조는 내부의 균열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딘보린의 장남 딘리엔은 통일전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유능한 군사 지도자로 누구나 그가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딘보린이 갑자기 막내아들 딘항랑을 태자로 책봉했다. 이때 항랑의 나이는 아무리 많아도 다섯 살이 채 안 되었다. 이제는 노인이 된 딘보린이 불손한 장남에 대한 불만과 늦동이에 대한 지나친 사랑 때문에 판단이 흐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장차 자신의 미래마저 걱정하게 된 딘리엔은 분노했다. 이때부터 딘 왕실에는 이해하기 힘든 비극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베트남 사서들은 979년 딘리엔이 부하들을 보내 태자 딘항랑을 암살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딘보린이 장남의 반역을 처벌하거나 딘리엔이 권력..
2021.05.23 -
남비엣이 역사에 남긴 것
한나라의 당초 계획은 원정군을 다섯으로 나누어 남진하는 것이었다. 명장으로 칭송받던 노박덕이 계양에서 회수로 내려가고, 수군사령관 양복이 예장을 거쳐 횡포로 내려간다. 그리고 남비엣에서 귀순한 과선 장군과 하려 장군, 치의후가 각각 다른 길로 진격해 남비엣의 수도 반우에 집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정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정규군인 수군은 곧바로 출동이 가능했지만, 주변에서 병사를 차출하고 한 무제가 사면령을 내린 죄수들을 군대로 편성하는 작업은 상당한 시일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진노한 천자에게 기다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준비가 된 부대부터 진격을 시작했다. 양복이 이끄는 수군 수만 명이 심협과 석문을 함락해 남비엣의 전함과 식량을 빼앗았다. 전처럼 한나라가 육로로 침략해올 것이라 예상하다 ..
2021.05.12 -
그곳에 가면) 하노이 역사박물관
베트남의 오랜 역사를 돌아보려면 국립역사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이 박물관은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와 홍강 사이 구시가지에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32년에 지어 아직까지 쓰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다. 프랑스와 동아시아 전통 양식을 조화시킨 이른바 인도차이나식 건축인데, 어느 부분을 어디서 따왔는지 가려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실 박물관은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 없이 방문하면 금방 싫증이 나기 쉬운 곳이다. 부서진 그릇, 많이 상한 목재, 빛바랜 그림, 누군지 모르는 조각상들뿐이지 않은가. 그러나 오래전 태어나 각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선인들의 희노애락을 유물을 통해 그려볼 수 있다면 여행의 큰 보람일 것이다. 역사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호치민 흉상을 지나면 원시생활 상상도와 돌도구를 만드는 인형들이 ..
202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