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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대몽항전 최후 격전지
바익당 강(白藤江)은 베트남 하이퐁과 하롱 사이를 가르며 흐른다. 짧은 강이지만 아열대 평야 위에서 여러 지류들과 합하고 나뉘기를 반복하며 풍부한 수량을 품어 온다. 백등강(白藤江)이라느 이름은 물 색깔이 희고 (白), 지류들이 등나무 넝쿨처럼 얽혀있다는 (藤) 뜻에서 연유했다. 하류의 폭은 1km 정도나 되는데, 서쪽의 깜 강과 합류한데다 강 하구가 갑자기 넓어져 특히 밀물과 썰물 때는 강물의 흐름이 거세다. 바익당 강 위에는 하노이에서 하롱베이로 가는 다리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다리까지 길을 돌아가기 싫은 사람들이 아직도 아주머니 사공이 젓는 나룻배를 이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넓은 바익당 강 위로 화물선들이 활기차게 오고 다닌다. 그러나 급류뿐 아니라 곳곳에 암초들이 숨어있어 등대로 위험..
2021.07.01 -
몽골의 3차 베트남 침략 (6) 대역사의 완성
이제는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우기는 바짝바짝 다가오고, 곳곳에서 베트남군의 습격으로 전사자들이 늘어났다. 몽골군 장군들은 토곤에게 이대로 베트남에 머물다가는 참사를 겪을 것이라고 계속 진언했다. 토곤은 눈앞의 암담한 현실과 이대로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맞닥뜨릴 가혹한 책임추궁 사이에서 갈등했다. 1288년 여름, 토곤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그는 “베트남은 너무 덥고 습하며 군대는 지쳤다”면서 철군을 선언했다. 몽골군은 두 갈래로 나뉘어 육로로는 랑썬을 향해 그리고 해로로는 바익당 강을 통해 퇴각하기로 했다. 육로로 철수하는 부대는 토곤이, 해로 쪽은 오마르가 지휘했다. 베트남은 몽골군을 순순히 돌려보내지 않았다. 쩐꾸옥뚜언은 병력을 둘로 나누어 사위인 팜응우라오 장군에게 북쪽 국경 쪽에 매복해 몽골..
2021.06.30 -
몽골의 3차 베트남 침략 (5) 운명의 하롱베이해전
토곤의 절박한 지원 요청을 받은 아버지 쿠빌라이는 번돈해전에서 무사히 돌아온 일부 수송선에다 급히 식량과 배들을 보충해 새로운 선단을 구성했다. 이번에는 오마르의 전투함대를 중국 해남성(하이난)까지 불러 장문호의 수송선단을 호위해 함께 출발하도록 했다. 조심스럽게 베트남 북부해안을 따라 내려온 몽골군의 연합함대가 바익당 강 어귀를 20여km 남겨놓은 꾸아룩 해협 입구를 지날 무렵 기다리던 베트남 수군과 맞닥뜨렸다. 이곳은 오늘날 하롱베이 관광의 중심지인 하롱시 앞바다로 수많은 섬과 바위가 산재해있어 전함들이 은신해 있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지옥을 옮겨놓은 것 같은 대전투가 벌어졌고, 베트남이 또다시 승리를 거두었다. 오마르 함대가 전함의 숫자나 크기 · 장비 면에서 모두 우위에 있었는데 왜 패했으며 전..
2021.06.29 -
몽골의 3차 베트남 침략 (4) 전투에는 이겼지만
몽골군 수송선단이 궤멸됐지만 아직 전투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토곤은 서두르면 전쟁에 이길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토곤은 먼저 원정군의 베이스캠프 격이 반끼엡 주변의 점령지를 확대했다. 인근 요새들을 차지해 반끼엡으로 연결되는 세 개의 도로에 대한 지배를 공고히 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 쩐꾸옥뚜언이 주둔했던 마오라 항구도 장악했다. 2차 침입 때 쩐꾸옥뚜언이 기습 상륙전으로 반끼엡을 공격하고 그 뒤 베트남 군민의 게릴라 공격으로 몽골군의 보급선이 분절되었던 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반끼엡에는 견고한 방벽을 둘러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 토곤은 탕롱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오구치의 무시무시한 돌격대가 육로로, 오마르의 수군이 홍강을 건너 탕롱성을 양쪽에서 공략했다. 베트남 인종은 다시 수도를 버..
2021.06.28 -
그곳에 가면) 하롱베이 번돈섬
베트남 북부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하롱(Hạ Long) 시는 옅게 낀 바다안개 사이로 갖가지 모습의 섬들을 드러내며 아침을 시작한다. 부두 앞에는 수십 척의 유람선들이 모여 관광객을 맞은 채비에 분주하다. 하롱베이는 남쪽 바익당 강 어귀의 옌훙에서 시작해 하롱과 껌파를 지나 북쪽 번돈에 이르는 120km 길이의 해안과 부근의 1,969개 섬들을 일컫는다. 2억 년간 비와 파도가 석회암을 깎아 만든 기암괴석들은 잔잔한 바다와 어우러져 자연이 빚은 예술품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하롱(下龍)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뜻이다. 바다 건너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용 가족이 내려와 입에서 보석과 구슬을 내뿜었는데 그것들이 바다로 떨어져 갖가지 모양의 기암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12..
2021.06.27 -
몽골의 3차 베트남 침략 (3) 불길 속에 사라진 수송선단
베트남 주력함대를 격파한 오마르는 당당하게 홍강을 거슬러 올라가 반끼엡에서 토곤의 육군과 합류했다. 그리고 수송선단이 군량을 실어오기를 기다렸다. 여기서 하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는 오마르가 왜 수송선들을 무방비로 방치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베트남 수군을 와해시켰다 해도, 전함들을 북으로 돌려 수송선단과 함께 내려와야 하는 것은 일반인도 상식으로 생각할 일이다. 아마도 빨리 자신과 합류하라는 토곤의 명령을 오마르가 거역하지 못했거나, 수송선단 지휘관이 중국 해적 출신인 장문호였다는 점에서 오마르와 뿌리 깊은 반목이 있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다. 장문호의 몽골 수송선단은 전투함대가 항로를 깨끗이 정리해놓았으리라 믿고 중국해를 유유히 남하했다. 70척의 대형 범선 안에는 몽골..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