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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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왕조의 초라한 종말
타잉화에서는 응우옌낌이 차근차근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응우옌낌은 남쪽에 있는 응에안을 점령해 배후를 튼튼히 다진 뒤 북부 탕롱을 향해 진격했다. 타잉화의 경계를 넘어 썬남까지 육박해 들어갔지만, 위장 투항한 막당중의 부하 장군에게 응우옌낌이 독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응우옌낌의 사위 찡끼엠(鄭檢)은 급히 군사들을 수습해 타잉화로 퇴각했고 병권을 장악해 장인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이로부터 약 60년 동안 북쪽에는 막씨왕조 남쪽에는 찡씨 세력이 자리를 잡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 두 세력은 서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았지만, 막왕조가 찡씨의 영역으로 쳐들어가는 경우가 좀 더 많았다. 이는 막왕조가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홍강 유역에 자리 잡아 자원 확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세는 1562년 ..
2021.08.17 -
똣동 쭉동 전투 4) 고립된 명나라군
타잉화에 머물러 있던 레러이는 승전보 속에 탕롱 인근으로 본진을 옮겼다. 레러이가 탕롱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자 성 밖에 주둔하고 있던 방정 장군의 마지막 부대마저 수비를 포기하고 성 안으로 들어가 탕롱성은 외부와 고립되게 되었다. 레러이는 탕롱을 포위하는 한편 인근의 박닌 푸토 남딘 등 크고 작은 성들을 모조리 공격해 점령했다. 베트남의 정치 · 경제 중심지인 홍강 유역 통제권까지 이제 레러이가 장악하게 되었다. 패색이 짙어진 왕통은 레러이에게 협상 의사를 밝혔다. 레러이가 쩐왕조를 복위시키면 철군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당초 명의 베트남 침략 명분이 호뀌리의 왕위 찬탈을 징벌한다는 것이었으니, 쩐왕조를 다시 세우면 명나라군이 물러가도 크게 체면을 깎이지 않을 법도 했다. 레러이는 “전쟁의 고통으로부터 ..
2021.07.29 -
대명 2차 봉기 1) 숭고한 희생
람선 봉기군은 빠르게 세력을 회복했다. 레러이는 새로 모인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한편 성을 쌓고, 기동전에 대비해 곳곳에 식량을 숨겨두었다. 그는 위축된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백성들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과감한 군사 작전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람선 동쪽 명나라군 주둔지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 당시 명 원정군은 탕롱 등 홍강 유역에 주로 배치됐고, 중부와 남부의 다수 지역은 귀순한 베트남 군벌들에게 수비를 맡기었다. 이른바 지방군이었는데, 명에서 온 중국인 부대에 비해서는 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레러이가 노린 약한 고리였다. 레러이는 병사들을 므엉못 산 입구에 매복시키고 명나라군을 유인하기로 했다. 소수의 람선 병사들이 명나라군 기지를 공격하다 후퇴하자, 아니나 다를까 적 병사들이..
2021.07.19 -
몽골의 3차 베트남 침략 (4) 전투에는 이겼지만
몽골군 수송선단이 궤멸됐지만 아직 전투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토곤은 서두르면 전쟁에 이길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토곤은 먼저 원정군의 베이스캠프 격이 반끼엡 주변의 점령지를 확대했다. 인근 요새들을 차지해 반끼엡으로 연결되는 세 개의 도로에 대한 지배를 공고히 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 쩐꾸옥뚜언이 주둔했던 마오라 항구도 장악했다. 2차 침입 때 쩐꾸옥뚜언이 기습 상륙전으로 반끼엡을 공격하고 그 뒤 베트남 군민의 게릴라 공격으로 몽골군의 보급선이 분절되었던 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반끼엡에는 견고한 방벽을 둘러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 토곤은 탕롱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오구치의 무시무시한 돌격대가 육로로, 오마르의 수군이 홍강을 건너 탕롱성을 양쪽에서 공략했다. 베트남 인종은 다시 수도를 버..
2021.06.28 -
몽골의 2차 베트남 침략 (3) 마침내 대반격
몽골군은 병력을 대폭 보강한 소게투가 닌빈까지 진출해 있었고, 그곳에서 탕롱 사이에 여러 주둔지들이 홍강을 따라 포진해 있었다. 토곤은 베트남 왕이 타잉화에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고 소게투에게 남쪽으로 군대를 돌려 잔여 세력을 일소하라고 지시했다. 오마르에게도 군함 60척을 이끌고 가 소게투를 돕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재편성을 마친 베트남군이 이들을 피해 배를 타고 홍강을 거슬러 오르며 강 유역의 몽골 주둔지들을 격파하기 시작했다. 쩐꾸옥뚜언은 홍강 하구에서 탕롱 중간에 있는 흥옌의 몽골군 요새를 공격해 점령했다. 깜짝 놀란 토곤이 직접 군대를 끌고 내려왔다. 이때 베트남에 계절이 바뀌어 쩐꾸옥뚜언이 그토록 기다리던 우기가 시작되었다. 장대비가 되었다 보슬비가 되었다를 반복하며 끈질기게 내리는 비로 홍강 ..
2021.06.21 -
무너진 송나라 원정군
980년 여름 송나라군 3만 명이 국경을 넘었다. 후인보가 이끄는 중군은 해안을 따라 이동하다 하롱을 지나 바익당 강 동쪽 기슭에 도착했다. 여기서 후인보는 좌군에 해당하는 수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송나라 우군은 손전흥의 지휘 아래 베트남 동북부 국경인 랑선을 통과해 치랑에 당도했다. 베트남군이 이들을 막아 보려 했지만 2천여 명의 전사자를 낸 채 연전연패했다.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송나라군은 중군 · 우군과 수군을 한데 모아 지금의 하노이인 다이라를 먼저 점령한 뒤 수도 호아루를 향해 남쪽으로 진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유징 제독의 수군이 바다를 거쳐 바익당강을 거슬러 북상하려고 했지만 강어귀에서 저지됐다. 사서는 이를 송의 군선들이 강바닥에 박아놓은 말뚝에 걸..
2021.05.25